휴게실
호박씨 깔 땐 소리없이 까야겠는데
작성자 : 최영창
작성일 : 2009.03.25 08:31
조회수 : 1,033
본문
ㅡ "호박씨 깔 땐 소리없이 까야겠는데." ㅡ
어느 날 공원을 거닐고 있었을 때
내 몸매와 미모에 빠져 접근했던 남자!
그런데 자꾸만 뒤쪽으로 접근했던 그 남자!
*
숫처녀 요조숙녀로 살아온 나는
깜짝 놀라 꼬리로 살짝 감추긴 했었지만
잘 생긴 상판대기가 좋아서 사랑해 버린 남자!
*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다
해뜨기가 무섭게 공원으로 달려가
달마저 기울 때까지 함께 했었던 우리!
그 사내와의 동행은 즐거웠지만
자꾸만 뒤쪽으로 오는 것이 두려워
뒤쪽끼리 빠이빠이 하고 헤어진 우리!
*
그렇다면, 사랑표현을 하다 퇴짜를 맞은 동월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다인이에게 퇴짜 맡은 동월의 행적을 벵어돔이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간신히 동월을 만나보니
뜻밖에도 그는 화병에 걸려 누워 있었지만
친구 벵어돔의 질문에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
"나는 다인이를 정말 사랑했었고
사랑했었기에 솔직히 잠자리도 하고 싶었다.
잠자리를 하려면 뒤로 당연히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매번 뿌리치는 것에 실망한 나는 보따리를 쌓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도 있지만 그건 차마 지금 말 못 하겠다.
*
오직 다인이 곁에만 머물렀던 나는
갈 곳이 없어 산속 바위 위에 돗자리를 깔고는
그녀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나날들을 그리며 지내고 있었는데
*
얼마 안 되는 용돈이 떨어졌을 때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고 마음먹고는
*
배운 것 없는 내가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저 시장 바닥을 전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
어쩌다 시장 온 착한 아가씨를 만나
다섯 자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네
그런데 그때 멀리서
다인이의 독백이 들렸다.
오빠를 만났던 그 도로 위에
흰 눈이 수차례 내리고 녹았어도
뒤쪽으로 올 때마다 부끄러웠던 나는
언제나 꼬리로 감추고 도망만 다니다가
지금까지 숫처녀가 되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
"동월아, 너도 들었지?
지금도 다인이는 너를 기다린다."
그러나 뒤쪽을 따라다녔던 자기 때문에
지금도 숫처녀로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동월은
*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 얘기해 버릴까?
아니면 옛정을 생각해서 묻고 지낼까? 고민을 하더니
*
갑자기 후다닥 한다는 말이
"이 가시나야, 시방 뭐시라고라?"
*
"이 가시나야! 네가 숫처녀라고?
지나가는 똥개가 다 웃는다. 이 가시나야!"
*
"에구머니나! 우짜꼬?
호박씨 깐 걸 봤나 보다."
*
그러나 당돌하게도
"바람 핀 증거는?"
*
"증거를 대라고?"
*
동월은 상기를 찾아가서 보드랍게 말했다.
"다 아는 사실이고 지나간 일이니까 솔직하게 얘기해라."
*
그런데 상기가 머뭇거리자.
동월은 상기의 멱살을 조우면서 말했다.
"말해! 다인이와 잤지? 빨리 말해 이자쓱아!"
"아야, 숨 못 쉬겠다. 손 놓고 말로 하자. 동월아!"
*
"어라! 뒷집에 싸움났나?
그런데 안 보여서 답답하네."
*
"난 전체 화면으로 보이는데
빨리 한판 붙어봐라, 재밌겠는데"
*
"구멍은 작아도 다 보이는데!
대문만 열렸으면 동월이 편 들겠는데."
*
온 동네 똥칠하고 자빠졌네
뺏긴 놈이나 뺏은 놈이나 똑같구먼
*
다들 공짜 구경만 하고 있을 때
친구 벵어돔이 와서 말리면서 말했다.
"동월아, 이러면 안 된다. 네가 참아라,
소문나면 처녀 다인씨 시집도 못 간다. 알았지?"
"다인이 처녀 아니라니깐!"
*
"처녀든 아니든 참아 인마!"
*
"호박씨 깔 땐 소리없이 까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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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님의 댓글
ㅎㅎㅎ 도낀 개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