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교단 떠난 후에는 인터넷과 e-메일로 교육 (서울=연합뉴스) 황대일기자
60대 후반의 전직 교사가 정년퇴임 후에도 온라인을 통해 옛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계속하고 있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2002년 8월 대구과학고를 마지막으로 44년 6개월간 몸담았던 교정을 떠난 이종원(68)씨.
안동사범학교를 졸업한 1958년에 대구 서부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13년간 고사리손들을 가르치다 1971년부터는 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겨 사회문화 과목을 맡았다.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서 이씨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만도 대충 1만5천여명에 달한다.
고교로 옮긴 이후 주로 대학입시를 전담했던 이씨는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는 데 진력한 여느 교사들과 달리 가정환경이 어렵거나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을 만나 애로를 들어주면서 양서를 선물하는 제자사랑을 몸소 실천해 학생들 사이에서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고 제자들은 전했다.
학생들이 교정 안팎에서 힘들고 고민할 때마다 용기와 슬기를 갖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이씨의 제자사랑 열정은 교편을 놓은 뒤에도 식지 않고 계속됐다.
이씨는 2000년 정년퇴임 이후 2년 동안 대구과학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교단을 완전히 떠난 2002년 이후에는 아예 개인 홈페이지(http://jooyun.id.ro)를 만들어 가르침의 범위를 모든 옛 제자들에게 확대했다.
홈페이지는 `내 삶의 향기', `아름다운 정치', `나눔의 경제', `조화로운 사회', `여가와 문화', `교육과 논술', `흔적 남기기' 등의 코너로 꾸며져 신문이나 잡지, 서적 등에서 발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이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락이 닿는 옛 제자 260여명에게는 `개인교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국내외 명승지를 여행하다 촬영한 각종 절경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나 교훈을 담은 글들을 전국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제자들에게 e-메일을 통해 제공해오고 있는 것.
최근 발송한 e-메일에는 중국 석림의 장관을 담은 사진과 함께 논어에 나오는 `위인지학(爲人之學)과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차이를 설명하는 글을 실어 개인주의가 팽배한 세태를 꼬집으며 애타심을 갖고 살아가도록 주문했다.
고희를 바라보는 노령에도 옛 제자들의 정신세계를 살찌우도록 돕기 위해 쉴새없이 온라인을 드나드는 이씨의 헌신적인 가르침에 대한 제자들의 반응은 `감동' 그 자체다.
1982년 경북고교 재학 시절 사회문화 과목을 배운 이석훈(41.여행업)씨는 "고교 졸업 후 20년만에 선생님을 만나 명함을 건네줬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일주일에 2∼3차례씩 e-메일을 받고 있다. 메일 글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주옥같은 것이어서 몇 번이나 되풀이 해서 읽고 실생활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재학시절 학교에서 소외되고 힘든 학생들의 고민 해결사 역할을 하셨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교육현장을 떠나신 이후에도 제자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시려는 열정을 보면서 선생님이 `스승의 은혜' 노래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을 통한 이씨의 가르침은 단순히 옛 제자들에게 국한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씨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김정미씨는 "선생님이 회사 사장님의 스승님으로 알고 있다. 회사 메일을 관리하다 보내주신 좋은 글과 사진을 접하고 감동을 받아 고마운 마음에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혹시 제자들이 바쁜 와중에 메일을 받고 답변하지 못해 마음의 부담을 가질까봐 걱정돼 `읽기만 하라'고 신신당부한다. 제자들이 밝고 건전한 세상을 가꾸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온라인 교육'을 하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제자들과 교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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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님의 댓글
스승님 은혜감사드리며 요즘 바빠서 일이리이 찿아 못 못 뵙는것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