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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분식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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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깜상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내가 볼 때는 구릿빛 피부에 구두약을 바른 정도의 수준으로 이 친구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미군부대에서 구한 미제크림을 발라 얼굴을 희게 한다고 아침마다
바르고 와 자꾸 묻지만 그게 더 반질거려 콩고 원주민 같다.
그래도 이 친구 아주 재주 덩어리로 친구들 사이에 꽤나 인기가 있었고
유머로 늘 웃겼고 우리반 해외펜팔의 원조다.
76년 유신말기로 정부가 쌀 수급이 모자라니 혼분식을 적극 권장하던 때라
우리 학생들의 점심 도시락에도 영향이 미치니 교육청에서 보리 등의 곡식
혼합비율을 10퍼센트로 정하면 교장선생님은 20퍼센트 담임선생님까지 내려오면
30퍼센트로 둔갑한다. 이건 밥이 아니라 깔깔한 꽁보리밥이 된다.하숙집 아줌마도
도저히 그 정도로 도시락을 못 싸주시겠다고 할 정도이다.
고3이 된 시점에 0교시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담임선생님에게 점심도시락을
검사 받을 때는 상당히 곤혹스럽다. 혼 분식의 비율이 잘 안된 경우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몽둥이로 얻어 맞기 때문이다. 한창 대학입시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판에 아침부터 맞는 기분 정말 안 좋지요. 이에 강화도령 의협심을 발휘해
담임선생님한테 항의하다 나만 주먹으로 맞으니 혼분식이 그렇게 중요했나요?
학교에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도시락 뚜껑을 열어놓고 엎어진 보리밥알을
젓가락으로 뒤집어 놓거나 잘된 친구도시락에서 보리밥알을 빌려와 심어놓거나
아예 보리밥투성인 검사용 도시락을 따로 싸오는 친구도 있었다. 웃지 못할 진풍경이
입시를 앞둔 교실에서 벌어지곤 하였다.
어느날 아침 담임선생님께서 혼 분식에 대한 표어를 모집하니 한가지씩 써내라 하신다
귀찮기도 하고 안내면 혼날 것 같고 뭐라 쓸까 고민하던 차에 깜상친구 아까부터
뒤에서 크게 떠들기 시작한다. “혼식하세! 혼식하세! 혼식하는 마음보다 더 좋은걸
없을걸” 당시 유행하던 통키타 가수 김세환의 “사랑하는 마음보다”라는 노래를 개작한
표어를 내놓은 것이다 .또 하나는 “도시락 뚜껑 열 때마다 문정선 노랫소리”하면서 떠든다.
나도 그렇게 적을까 하다가 그래도 나 나름대로 적어서 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종례시간 우리 문과 반 담임선생님이 국어담당으로 몸집이 크시고
소화불량으로 끌꺽거리기를 잘 하시는 분이다.
몽둥이 끌리는 소리가 나고 반에 들어오시자 마자 “야! 이 놈들아 내가 명색이 국어선생 인데 뭐라고! 혼식하는 마음보단 더 좋은걸 없을걸 누구야 나와!!! 도시락 뚜껑 열 때마다
문정선 노랫소리 이건 도대체 어떤 놈이야 나와!!!”
그날 우리 반 삼분의 일정도가 그렇게 써내 담임선생님의 몽둥이는 춤을 추고 타작은
한동안 엉덩이에서 불이 나도록 계속 되었다.
순간의 선택이 그날 하루를 좌우한다고 나는 다행이 빠졌고 깜상친구도 타작마당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친구가 어떤 친구입니까? 말로만 그러고 표어를 잘 적어 내어 입상하니 그 공포의
몽둥이 세례를 받은 반 친구들은 누구에게 하소연 해야 할까요?
웃지 못할 고교시절의 단상으로 당시의 세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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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흥님의 댓글
윤약사! 잘 하고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