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0년만의 궁금증이 풀렸다고 미국이 들썩이고 있다. 닉슨 미국 대통령을 결국 사임 시킨 20세기 최대의 정치적 스캔들이었던 워터게이트 사건의 내부 고발자는 당시 FBI 2인자였던 마크 펠트로 밝혀진 것이다. 펠트는 당시 FBI 부국장으로 재임 중이었으며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결국 닉슨 대통령을 사임으로까지 몰고갔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지난 1972년 6월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D.C의 부촌에 위치한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불법으로 도청장치를 설치했다가 발각되어 관련자들이 처벌받은 사건이다. 벌써 30년 전의 사건이기 때문에 젊은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사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사건은 세계 최고의 위치인 미국 현직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세계를 놀라게 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처음 보도한 기자들은 그동안 정보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히기를 거부해 왔으며 제보자가 죽은 후에야 신원을 밝힐 수 있다고 해왔으나, 30년만에 침묵을 깨고 펠트 스스로 자신이 익명의 정보 제공자임을 밝힘으로서 궁금증이 해소된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우리에게 던져 주는 교훈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기자 정신으로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기자들의 끈질긴 사명의식과 정보 제보자를 끝까지 보호하는 원칙을 지킨 점이다.
FBI 2인자의 위치에 있었던 펠트는 차기 FBI 국장으로 유력한 후보였다. 그러나 펠트는 민주주의 제도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법도청 사실을 기자들에게 고발했다. 그리고 기자들은 내부 고발자가 누구인지 지난 30년간 비밀을 지켜주었다. 정보 제공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한다는 기자의 원칙을 그들은 끝까지 지킨 것이다.
미국 언론계에서는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이 '탐사보도(investigative journalism)'의 시작이었다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백악관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사건을 파헤쳐 불법도청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 기자 정신을 높이 사는 것이며 그들은 퓰리처상을 받게 된다.
이것은 '특종' 경쟁의 욕심으로 가득 차 엠바고도 무시하고 엉터리 기사를 작성하여 내보내고 있는 일부 대한민국 기자들과는 대조된다고 생각된다. 물론 한국 기자들 모두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둘째, 워터게이트 사건이 닉슨 대통령 사임으로까지 몰고 간 이유는 바로 '위증죄'의 엄청난 위력이다. 닉슨 대통령은 물론 불법도청 행위를 했기 때문에 지탄을 받았으나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그가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에게 거짓말한 죄는 용서 받을 수 없으며 지금도 닉슨 전 대통령은 가장 추악하고 신뢰받지 못하는 대통령의 한 사람으로 낙인 찍혀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많은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나 제대로 과거사를 규명하지 못하는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관계자들이 증언을 거부하거나 거짓 증언 또는 상반된 증언을 하기 때문이다. 거짓 증언을 해도 별로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거짓 증언 또는 증언 거부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증을 하거나 증언 거부를 해도 한국 사회로부터 매장은커녕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것이 한국이 현실이 아닌가 반문하고 싶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위증을 할 경우 중범죄에 해당되며, 더욱 무서운 것은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매장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가들은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한국도 위증죄를 중범으로 처벌하는 법을 만들고 철저히 시행에 옮겨 거짓말 정치가 또는 지도자들이 사회적으로 매장 당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할 것이다.
닉슨 대통령을 보좌했거나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던 인사들은 펠트에 대하여 그는 배반자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민주주의를 역행한 인사들이다. 불법도청과 거짓말로 자신들의 과오를 덥고 정당한 수사 절차를 방해한 장본인들이다. 한편 펠트는 민주주의를 수호한 영웅이라는 칭찬도 동시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펠트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으로 잘 정립될 것으로 믿는다.
대한민국도 과거사를 제대로 규명하고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펠트가 나오고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같은 용기 있고 철저한 사건 조사를 하는 기자들이 배출되길 기대해 본다. 거짓말 또는 위증은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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