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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영(54회 회장)/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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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 조선일보(05 5.30 A29)
중등학교 국사교육 공무원에게 맡길까
윤종영·전 교육부 역사담당편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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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참여 확대하고
교육시간 등 강화 시급
며칠 전 어떤 모임에서 대학생들과 대화하는 가운데 “이승만은 독재자요, 남북분단의 원흉” “김일성은 항일투사요, 미국에 대해 민족자존심을 세운 사람”이라는 서슴없는 인물평을 들었다. 그동안 이들이 학교에서 국사교육을 어떻게 받았기에 객관적인 공과(功過)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이렇게 단세포적이고 이분법적인 평가를 하는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근·현대사를 다룬 교과서이다. 현행 7차 교육과정은 고등학교에서 국사는 1학년 때 필수로 고대에서 중·근세사까지 이수하고, 근·현대사는 2·3학년 때 검인정 교과서(현재 6개) 체제로 선택과정으로 돼 있다. 이들 교과서 중 몇 개는 남한과 북한을 비교 기술하면서 대한민국에 대하여는 부정적인 면을 강하게 부각시켰고 북한에 대하여는 부정적인 면을 축소하거나 왜곡·합리화하였다. 더욱이 국사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일부 교사들이 이러한 성향을 조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국사과목 편제 및 시수 문제를 살펴보자. 광복 이후 국사 교육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제3공화국 정부의 국사교육 강화 정책이다. 이 정책은 박정희 대통령의 1972년 5월 특별지시로 문교부에 국사교육강화위원회가 조직되고 이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 국사의 교과 독립, 각급 학교에서 국사의 필수화, 국사 시수의 증가(중학교는 2·3학년에 걸쳐 주당 2시간, 고등학교 6단위, 대학 3~4단위), 대학 예비고사에 국사를 독립과목으로 30점 배정, 모든 국가 채용고시에 국사 부과, 석·박사 국사 전공자에게 장학금 지급 등이 이루어졌다. 이 정책으로 각급 학교에서의 국사교육에 양적인 확대와 질적인 발전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국사학계가 크게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그 뒤 국사에 대한 정부와 교육계의 관심 퇴조로 점차 각급 학교에서 국사 교육은 사양길을 걷게 되었다. 1992년에 고시한 6차 교육과정에서 국사는 사회과에 통합됐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교육과정상 국사의 명칭조차 사라지고 말았고 대학에서도 교양 필수에서 점차 제외되었다. 현행 7차 교육과정에서 국사는 중학교에서 사회과의 영역으로 명칭도 없고 고등학교에서는 공통필수로 1학년에 4단위, 2·3학년에 심화 선택과정으로 한국 근·현대사에 8단위가 배정되었다. 그러나 일반계 고등학교 자연계열이나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근·현대사를 배우지 못하는 불완전한 국사교육이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적인 개혁이다. 즉, 교육인적자원부에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책임지고 전담하는 교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편수국·편수관 제도의 부활과 활성화이다. 다음으로 국사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국사교과의 독립, 국사 수업 시수의 확대와 필수화 등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교실에서 수업을 직접 담당한 교사들이 현장교육의 책임자로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우리가 지켜야 할 최선의 제도라는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이 자국사(自國史)에 애정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있다 하겠다.
입력 : 2005.05.29 21:05 06' / 수정 : 2005.05.29 21:09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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