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모독인가, 언론 자유인가?”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를 풍자한 덴마크 신문의 한 만화를 둘러싼 논란이 유럽과 중동 간의 갈등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언론들은 언론의 자유를 내세우지만, 이슬람 사회는 종교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동 일부 국가는 언론사가 속한 나라의 대사를 소환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기독교 문화의 서유럽과 이슬람 사이의 문명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문명의 충돌=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9월 덴마크 일간 <윌란스 포스텐>에 실린 마호메트 풍자 만화다. 12컷짜리 이 만화는 마호메트가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을 터번 대신 두르고 있는 모습, 자살 폭탄 공격범에게 천국에는 그들을 위한 여자가 없다고 말하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중동과 유럽 내 이슬람 사회는 격렬한 비판을 쏟아냈고, 결국 이 신문은 지난달 말 공식 사죄했다. 그러자 프랑스 <프랑스 수아르>, 독일 <디 벨트>, 이탈리아 <라 스탐파> 등 서유럽의 7개 언론사가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1일 이 만화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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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서 한 시민이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화가 실린 일간지 <프랑스 수와르>를 보고 있다. 파리/AFP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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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언론들은 “종교를 비롯한 그 어떤 존재도 언론의 비판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경 없는 기자회’도 “아랍 세계의 반응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유럽의 언론들은 이 사건을 그동안 이슬람 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이슬람 비판을 스스로 자제해 왔던 관행을 깨는 기회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슬람에 비판적인 영화를 만든 감독이 살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슬림들은 “신성 모독은 언론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덴마크의 한 이슬람 단체는 “이는 이슬람의 핵심 존재를 헐뜯는 것일 뿐 아니라 무슬림 전체를 테러리스트로 간주한 것”이라며 “최근 덴마크에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기류가 있다”고 반발했다. 독일 무슬림 중앙위원회 부회장 모하마드 아만 호봄은 “이는 언론 자유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무슬림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번지는 갈등=파문은 외교와 경제 분야로 번지고 있다.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덴마크 주재 대사를 소환했고, 리비아는 코펜하겐에 있는 대사관을 폐쇄했다. 이란과 이라크는 자국 주재 덴마크 대사에게 만평 문제를 항의했다.
중동에서는 덴마크 제품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낙농업체인 아를라 푸드사는 “중동지역 매출이 제로 상태가 될 정도로까지 급감했다”고 <비비시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프랑스 할인점 까르푸는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 매장에서 덴마크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덴마크 기업들이 지금까지 모두 5500만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최근 폭파 협박을 받고 있는 <윌란스 포스텐>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덴마크 상품 불매운동을 중단해 달라”고 아랍권에 요청했다.
<프랑스 수아르>의 편집장 자크 르프랑은 1일치 신문에 문제의 만화를 게재한 직후 ‘신앙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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