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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인천고 3학년)/풍전등화의 시절을 지나 평화의 시절을 맞이하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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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굿모닝인천(2024년 9월호)
풍전등화의 시절을 지나 평화의 시절을 맞이하다
시간이 흘렀다고 인간의 숭고한 자취가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족과 민족,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학도의용대는 이제 우리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간다.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었지만, 학도의용대의 이야기는 그저 전쟁사의 한 귀퉁이에서 간신히 몇 글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사 속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던 이들을 노래로 기억하는 인천의 소년들이 있다. 제74주년 인천상륙작전 기념 주간을 맞아 눈꽃처럼 순수하고 강철처럼 단단했던 그때 인천 소년들의 애국심을, 현세대 인천 소년들의 목소리로 만나본다.
내 고향, 내 나라를 위해 참전한 인천의 소년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억되는 6·25 전쟁. 유엔군의 참전과 인천상륙작전으로 겨우 전세를 역전시켰으나 10월 19일부터 시작된 중공군의 참전으로 한반도는 또다시 혼란한 상황에 빠진다.
이 혼란 속에 내 나라, 내 고향을 지키고자 학생의 신분으로 자원입대한 인천의 소년들이 있다. 전국 최초로 결성된 인천학도의용대이다.
인천학도의용대는 열세 살에서 열일곱 살 나이에 책과 펜 대신 총을 들고 전선으로 모였다. 인천학도의용대가 조직된 것은 6·25 전쟁 발발 다음 날인 1950년 6월 26일. 그해 겨울 축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출정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다. 가슴 아픈 역사 속에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수많은 인천의 애국 소년들. 그 학도병들이 손자 또는 증손자뻘 되는 소년들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70년 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들을 불러낸 인천학생연합중창단 단원들을 중구 자유공원 인천학도의용대 호국기념탑 앞에서 만났다.
2016년 11월 4일 인천고등학교 내 건립된 인천고등학교 학도병 명비 (미추홀구 경원대로 804)
2018년 10월 19일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내 건립된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6·25 참전 학도병 명비(미추홀구 한나루로 545)
선배 학도의용대를 노래로 기억하는 인천의 소년들
인천학도의용대 호국기념탑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는 인천학도의용대가 참여 학생들
인천학도의용대가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천학생연합중창단’
2024년 6월 25일 발매된 인천학도의용대가 LP 음반
인천학생연합중창단은 당시 인천학도의용대에 자원한 학생의 모교 재학생들로 구성됐다. 인천콘서트챔버의 이승묵 대표가 창단한 10인조 프로젝트 중창단이다.
인천고, 인천남고, 인천대건고 등 세 개 학교 10여 명 학생들이 그 시절 선배들의 노래를 불렀다. 행군가답게 씩씩하고 전의가 넘치게 불렀다. 이들이 부른 학도의용대가는 정식 음원·음반으로 2024년 6월 25일 선을 보였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률과 섬세한 노랫말의 인천학도의용대가.
중창단 학생들은 그 당시의 소년들이 내 모교의 선배들이었다는 사실에 감회가 남다르다. 선배들의 숭고한 희생에 안타까움도 느낀다. 단원들은 선배들의 목숨과 희생 덕에 지금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새삼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70여 년의 시간이 흘러 2024년.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평화의 도시 인천을 누릴 수 있는 건 옛 시대의 누군가가 이 땅을 지켜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년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얻은 ‘자유’와 '평화', 그 한마디에 깃든 호국정신과 작은 영웅들의 위대한 이야기는 다시 기억된다.
interview
인천 소년들의 목소리를 듣다
박기태 학생(인천고등학교 3학년)
21세기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물리적 전쟁은 낯설다. 노래 가사나 게임, 드라마, 영화 등에서 ‘전쟁’을 소재로 다뤄 의미는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그저 판타지 장르에 불과했다. 그런데 아주 가까운 곳에 전쟁의 역사가 우리 주변에 스며져 있었다.
“제가 다니고 있는 인천고에 학도병 명비가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들이 우리 학교의 선배들이고, 학도의용대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습니다.”
박기태(19·인천고) 학생에게 ‘학도병’은 중학교 수업 시간에 스쳐 지나가듯이 들어본 게 다였다. 2년 후 그들 모교의 재학생이 되었고, 선배들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박기태 학생은 “선배들이 행군가를 부르며 전쟁에 나가 자신의 뜻을 다했다고 생각하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결속력을 느꼈다”며 “선배들이 지켜준 자유와 평화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다른 애교심과 자긍심이 가슴을 울린다는 이 고교생은 학교 안에 학도의병대 명비가 세워져 있는 사실이 더없이 자랑스럽다.
글 이혜정 본지 편집위원 ㅣ 사진 최준근 포토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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