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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우성(65회)“이제 하나로 뭉쳐 인천의 힘 보여주자” (퍼온글)
작성자 : 이덕호
작성일 : 2007.05.10 09:16
조회수 : 896
본문
퍼온곳 : 조선일보(07. 5.10)
[특별기고] “이제 하나로 뭉쳐 인천의 힘 보여주자”
- ▲조우성 시인·인천시 시사편찬위원
- 270만 인천이 11억 인도를 제치고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전에서 승리한 것은 한 편의 장쾌한 드라마였다. 고립무원에 가까운 여건이었지만, 그 동안 축적해 온 풍부한 인적 자원, 환상의 전략적 판단, 시민의 뜨거운 성원이 함께 일궈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날, 인천의 밤하늘은 환희의 불꽃들로 눈이 부셨고, 땅에서는 남녀노소의 ‘인천 만세’의 코러스가 울려 퍼졌다. 그 긍지와, 그 자부와, 그 감격! 우리가 언제 그렇게 모여 하모니를 이루며 그처럼 장한 대합창을 해 봤던가? 그 날의 한 목소리는, 우리가 하나로 힘을 모으면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음을 증거한 경이로운 역사의 첫 경험이었다.
인천은 이 나라 개국 이래 하늘에 제사를 지내온 성지(聖地)이다. 19세기 해양의 시대에는 세계를 향해 문을 연 선구지였다. 개항 이후에는 팔도 어디서나 찾아와 제 꿈을 펼 수 있었던 포용의 땅이었다.
그러나 그 여정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멀리는 저 비류(沸流)의 도읍에서부터, 가까이는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양호 사건 등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과 일제의 강압이 그랬고, 식민지와 다름이 없는 조계지를 하릴없이 내주었던 암울한 근대사의 장면들이 또한 그랬다. 그런 와중에서도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편 제도를 시행했고, 팔미도와 소월미도에 등대를 설치해 바닷길을 처음 밝혔으며, 비록 제 힘으로 마무리는 짓지는 못했으나 경인선 철도를 부설했던 일 등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명개화의 의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청국·일본을 비롯한 서구 열강은 19세기 제물포에 신문물의 공세를 펴면서 남의 나라 안마당에서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벌이며 으르렁거렸다. 그 때, 인천은 ‘제물포(Chemulpo)’란 이름으로 비로소 세계에 알려졌다.
간난신고 끝에 마침내 인천항, 인천국제공항, 인천경제자유구역 등을 보란 듯이 오늘처럼 키워냈고, 이제 눈을 아시아 이웃들에게 돌려 그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가슴을 활짝 연 것이다. 그것은 우주항공의 시대에 우리 스스로가 하늘을 열어 진정한 제2의 개항(開港)을 이룬 진취적 기상의 또 다른 발로요, 지역과 국가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함께 살겠다는 해불양수(海不讓水)적 포용력의 구체적 실현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축제 무드에 젖어 있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 예로부터 손님을 맞으려면 집안 식구끼리 방도 치우고, 마당도 미리 쓰는 것이 우리의 법도였다. 정중하나 불편하지 않게 손님을 모시려면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니, 이제 온 집안 식구들이 나서야 할 것은 당연지사이다. 뭐니뭐니 해도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이웃들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해 그들을 이해하는 벗이 돼야겠다는 것이다. 말로는 ‘아시아의 이웃’이라면서 아시아를 소홀히 여긴다면, 우리는 아시안 게임을 주관할 자격도 명분도 없는 것이다. 또한 차제에 우리는 삶과 꿈을 같이 하는 ‘인천 사람’이고, ‘아시아인의 한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재삼재사 되새겨야겠다. 바야흐로 상서로운 기운이 인천의 하늘에 가득하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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