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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회 이광희 재경동창회장] 탈석유 ‘탄소중립 생활화학제품’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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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유 ‘탄소중립 생활화학제품’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면] 이광희 | ㈔한국재난정보학회 이사
세탁세제, 보디워시, 샴푸 등 생활세정제에는 때나 기름기를 잘 제거하도록 하는 계면활성제가 일정량 들어 있다. 많은 사람이 석유에서 얻어진 계면활성제를 유익한 필수품 정도로 여기고 있고, 전문가들도 계면활성제 없이는 세정제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합성세제에서 계면활성제를 비롯한 화학물질의 문제점은 종종 지적되지만, 실제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식물 유래’ 표기된 친환경 제품들이 눈에 띈다. 환경마크를 취득한 ‘식물 유래 합성세제’는 생분해성을 강조하기에 소비자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식물 유래’ 성분도 결국 화학성분과 식물성분을 결합한 것이다. 녹색소비를 추구하는 생협 매장 제품들도 예외는 아니다. 사용한 원료를 모두 표시한 전성분표를 보면 대부분 (식물 유래)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다. 게다가 석탄용 분진억제제, 화재진압용 소화약제의 생분해도가 93% 이상인데, 합성세제의 생분해도는 60%에서 90% 이상까지 제품마다 제각각이다.
합성세제에 주로 쓰이는 LAB, DBSA, LAS, 설페이트 등은 석유계 물질이며 독성 수준도 가습기살균제 성분(PHMG, CMIT)과 비슷하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본질은 ‘화학물질의 위험성 인식과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삶 추구’지만, 살균제만 단죄하고 마무리됐다.
현재 환경부의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은 MIT, CMIT 등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함유금지물질 8종을 지정하면서도, 7종은 분사형에만 적용하도록 했다. 세탁세제도 함유금지물질 6종과 함량제한물질 10종을 지정하고 있지만, 금지물질도 분사형이 아닌 세제에는 사용할 수 있다. 독성 수준이 가습기살균제와 비슷한 수준인 설페이트 같은 화학물질은 함량제한물질로도 지정되지 않아 세탁세제는 물론 샴푸 계면활성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독성물질이라도 인체에 직접 흡입되지만 않는다면 괜찮다는 것인가.
이런 안전·표시기준과 생활화학제품의 환경표지인증제도는 모두 계면활성제나 화학물질이 필수라는 전제로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다.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합성세제가 환경마크까지 받아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배경이다. 계면활성제의 유해성을 최소화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판매하라며 환경마크를 붙여주고, 국민에게 화학공부 열심히 하라며 전성분 공개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속에서 계면활성제나 화학물질 없는 생활세정제 개발과 보급을 위한 정책은 설 자리가 없다.
특히 기후위기 극복이 화두가 되고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합성세제와 관련한 탄소중립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화학성분 없이 식물성 물질만으로 세제를 만들면, 생분해도가 100%에 가깝고 피부 자극이나 세제 찌꺼기도 없기 때문에 환경적이고 옷감 손상도 없으며 살균력도 우수하다. 석유 추출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탄소중립에도 부합한다. 바람과 햇볕에서 전기가 만들어져 온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데, 생활화학제품의 탄소중립은 먼 미래여야만 하는 이유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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