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아주 오래된 방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7.02.03 21:26
조회수 : 1,963
본문
아주 오래된 방
서쪽 창가로삼나무 숲길이 걸어간다.
바이올렛 화분에 물을 주다가
문뜩 숲길로 가는 사람 하나를 본다.
바람처럼 흐르는
오래된 기억 하나가 살아와
숲을 걷고있다.
서쪽 창틀로 기우는 햇살이
긴 나무 가쟁이 하나를
창 모서리에 걸쳐 놓는다.
노을은 서서히 숲을 삼키고
램프에 오래된 마법의 불을 켠다.
등불은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시작 한다.
황금 호수쪽에 띄운 배는
물결따라 흐르다
어느 섶에서 옷을벗고 쉬는지
소식도 없다.
바람과 저녁 새소리와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
창가에 와 비스듬히 기대고 있다.
오래된 방 호수는 나와
너만 알고있다.
무명 이불을 곱게 풀먹여 깔고
꽃잎같은 몸을 향기나게 비벼서
오래된 악기 소리를 만들고
밤새도록 파닥이며 떨던
죽음같은 사랑
비늘이 떨어져 떠나지 못하고
서쪽으로 난 창가
오래된 방으로 남아있다.
서쪽 창가로 난
삼나무 숲길을 바라볼때 마다
숲 길을 걷는 사람 하나를 본다.
오래된 기억속에
오래된 방
파르르 떨던 마법의 불꽃처럼
사랑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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