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바람이 비껴가는 집들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7.01.14 11:17
조회수 : 2,090
본문
바람이 비껴가는 집들
부재중인 집으로 길이 이어져 있다.
지붕도 없이 하늘을 덮고자는 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천둥치는 날에는 하늘을 끌어당겨
깔고 자기 때문이다.
양양에 연어가 돌아 왔단다.
연어가 물고온 먼나라 소식을
바람벽에 붙여 놓는다.
치어가 물고가는 이곳 얘기는
북태평양 어디엔가 흘려 놓을것이다.
그렇게 길은 이어져 있다.
1204호 여자가 성형외과를 들락거리더니
결국 바람이 났다.
동호 목욕탕 주인이 경마에 미쳐 사채를 쓰더니
목욕탕을 날렸다.
동교부동산 황사장이 떳다방 으로 재미좀 보더니
사기죄로 구속됐다.
그린마트 사모님이 남편 모르는 빚보증에 시달리다
학교운동장 철봉대에 기여히 목을 맸다.
길은 이렇게 이미 그려져 있다.
빼곡한 집들마다
나룻배들이 드나들고
우체부들이 소식을 떨굴때마다
스물스물 벽들이 허물어진다.
지붕 없는 집
벽이 없는 집
바람들이 비껴가는 집들이다.
낙타 눈섶사이로
오아시스는 보이지않고
신기루만 느릿느릿 걸어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지난 겨울 갠지스 강가에서 본
까만 이빨의 구도자가
골목 어귀에서
손을 내밀며 우는듯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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