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먹점골 편지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8.04.27 10:55
조회수 :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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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점골 편지
사형..문밖 날씨가 꾸물꾸물 해도 완연한 봄 날씨 입니다
황하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도시를 무겁게 가라 앉히고 있습니다
그간 무고 하신지요
자주 문안 편지를 드려야 하는데
사는일에 자꾸 묶이다보니 사람 구실하는 일도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별일도 없이 무리한 탓에 고뿔로 코끝이 다 헐어 터지고
입 언저리까지 부르터 고생좀 하고 있습니다
형께선 일전 다녀온후로 건강은 차도가 좀 있으신지요
지리산 자락이라 물도 맑고 공기도 신선해서
몸 건사하기는 그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많이 호전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늦은밤 사형댁 뜨락에서 대숲위에 걸린 달에 취하고
스삭거리며 수없이 드나드는 바람의 소리들을 들으며
끝도없는 정담을 늘어놓고 새벽 별까지 보다 왔지요
오랫만에 사는 맛을 보았습니다
사형의 글속에는 그래서 언제나 사각거리는 바람소리와
별무리 쏟아지는 소리와 서늘한 달빛이 스며 있다는 것을
그날 알았습니다
모쪼록 건안 하시고 몸 건사 잘 하셔서 오래오래
형의 청아한 글을 곁에서 늘 대하고 싶습니다
사형..
섬진강 자락에는 지금 봄볕이 쏟아 지겠지요
하동벌 들녘마다 기지개를 펴는 소리가 여기서도 들리는듯 합니다
일전에 보내주신 매실청과 재첩속살은 서늘한 곳에 잘 보관하여
오래오래 형을 생각하며 음복하고 있습니다
청정지역의 것이라 그런지 유난히 맛이 깊고
향기가 그만 입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때마나 도움이 되주시는
사형의 깊은 우의에 항상 감사할 따름 입니다
일간 봄꽃이 지기전에 한번 하동에 내려가 뵙겠습니다
죽술이나 곱게 내려 놓으시면 안주는 제가 준비해 가겠습니다
하루는 남해 바다에 낚시를 내리고
하루는 밤새워 대밭에서 형의 사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요즘은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 무슨 전쟁터 같아서
마음이 심란 합니다
그 끝이라 그런지 갑짜기 사형 생각도 간절하고 섬진강가 봄 바람도
배터지게 마시고 싶습니다
먹점골 매실농장 안주인이랑 남해횟집 맹 사장님도 잘들 계신지요
그럼 뵈올 그때까지 각설하고 강녕하시기를 바라옵니다
PS 참..부탁하신 게피가루는 마련해 놓았습니다
내려갈때 빠뜨리지않고 잘 간수해 가겠습니다
그나저나 각혈은 그만저만 하신지요..걱정 스럽습니다
봄오는 문턱에서 매향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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