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에 남자
늙은 숫사자 한마리가 건기의 "세렝게티" 평원에 서있다. 초원을 질풍노도처럼 달리다 그 들판에지쳐 삭신이 너덜거리고 이빨이 다빠져서 지는해처럼 갈귀가 붉다. "하이에나"가 먹다버 "누우"의 앙상한 잔해곁을 서성이거나 늘어진 뱃가죽이 힘에부쳐 무리를
쫒지도못한다. 깊게패인 상처처럼 웅장했던 삶은 부질없고 "쩨쩨파리"조차 어찌할 힘도없다. 남자는 술에취하면 지붕위로 오른다. 밤이깊도록
불러제끼는 "두만강"이 걸쭉하고 구성지다. 동네는 남자의 주사때문에 잠못드는 밤이 많다. 낮에는 종일 쳐자다가 밤에만 술에취해 지붕위로 오르는 남자 이빨빠진 "세렝게티"초원의 늙은 숫사자같은 남자다. 월남전쟁에서 베트콩 일개중대를 때려잡았다는 남자는 눈알이 하나 없다. 평생을 혼자 독립군으로 살다가 이빨이 다빠진 다음부터 씹지않고도 삼킬수있는 소주를 허리춤에차고 지붕위로 오른다. 고래고래 "두만강"을 부르다 지치면 지붕에 엎어져 새벽까지 잔다. 무리에서 버림받지않기 위한 늙은 사자의 처절한 몸부림처럼 우기가 끝나도록 남자가 보이지않는다. 동네사람들은 이제 남자의 자장가를 듣지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두만강 푸른물에 노젖는 배앳사아공~" 밤마다 지붕을 쳐다봐도 남자가 없다. 남자는 아직 "사바나' 숲에서 숫사자와 함께 소주를 마시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늙은 사자곁에서 앙상한 "가젤" 갈비뼈를 함께 뜯고 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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