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빈 들에서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7.01.30 10:38
조회수 : 2,140
본문
빈 들에서
겨울 들판처럼 옷을 벗었다살뜨물처럼 희던 몸도 여기저기
얼룩이 생긴다
놀다버린 풍선처럼 탄력도 반톨이다
몸을 누이자 종이처럼 납짝해진다
무성하던 들판처럼,
무쏘의 거친 숨소리로 담금질하던
生이 녹이 슨다
오래 써 먹었다
신이내린 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비를 내리는 들판에서 무성하게 살았다
가을을 지나 겨울로가는 침대
흔들일도 없고 흔들릴 일도 없는가
서있는 자들은 아름답고 풍요로워서
겨울 들판을 모른다
힘을 아름답게 묘사 하여라
들판처럼 옷을벗고 몸을 포갠다
리드미칼한 율동으로 춤을 기억하고
첼로의 활처럼 미끄러지고
현(絃)을 뛰어다니며 다듬는 성스런 음역
2옥타브 안에서 몸을 비틀어 119cm의 교접
그 연애의 소리를 부른다
계절이 비어가는 소리속으로
육질들이 모래톱처럼 흩어진다
다시는 살냄새도 없고
풍화작용으로 거웃도 없는 들판에서
언제까지
옷을벗어야 하는지
연애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