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봉숭아 떠난 후
작성자 : 윤용혁
작성일 : 2007.10.04 12:56
조회수 : 2,088
본문
봉숭아 떠난 후
윤 용 혁
화단 한 자락 곱게 수놓던 봉숭아
탯돌에 분홍 꽃잎 다져
명반을 흩뿌린 날
무명실 칭칭 감고
골무 쓴 열 손가락
행여 다칠세라
양볼 발그레
조심조심
곱디고운 내 누님
제 어미 젖무덤 펼치지 못한 채
고모님 품안이 어머니 가슴이니
초롱 별빛 몇 날 며칠 벗 삼을 때
달빛에 드리운 우물가 배나무
소리죽여 울다
봉숭아 떠난 후
순결한 내 누님 수녀원 가던 날
차 창가 흐느낄 때
손톱 곱게 물든 가녀린 손짓에
새 논 뜸부기 더욱 서럽다
어느 날,
정동성당 종소리
은은히 퍼질 때
누님의 기도소리 애설피 멈추고
반위로 세상 등져
영롱한 샛별 되니
톡 치면 와락 눈물 쏟는
구슬퍼 볼 불거진 봉숭아 씨는
내 누님 주고 간 이승의 마지막 선물,
혜애(惠愛)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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