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마음을 베어가며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8.04.27 10:56
조회수 : 2,396
본문
마음을 베어가며
시간을 밀어내는 나날새 아침이 낯설지 않은 까닭 입니다
인생은 길고
닻을 내릴 포구에서
켜켜히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마음의 때를 씻는 순례자의 물길처럼
몸을 닦습니다
나는 보이지않는 사랑도 잘 합니다
형체도 없는 이를 사랑하고
열심히 싸우면서 흔적없는 사랑을 합니다
비오는 날에는 가슴에 담고
눈오는 날에는 호주머니속에 넣고 다니는
등뒤의 사랑에
기꺼이 마음을 베입니다
하루 저물도록 빌딩 청소를 하며
마음의 때도 함께 닦아낸다는
어느 청소 아줌마의 수행의 길 밖으로
우리는 켜켜히 묵은 때만 덧씌우고 사는데
용서하지 못한 죄
더 가지려만 하는 죄
남을 밟고 앞서 오르려는 죄
나만 잘 먹고 잘 살려는 죄들을
마이산 돌탑보다 더 높게 쌓아가며 삽니다
15층에서 추락해버린 여자를 압니다
겉만 번지르하게 포장하며
넘치고 아는게 많아 죄를 키우며 살다가
마음만 깊이 베이고 베이고
여자의 신랑은 초상 치룬지 6개월만에
새장가 가서 보란듯이 잘만 살더라구요
그 날이 꼭 20년전 오늘 이였던가요
길가 보도블럭이 핏빛이였던 날이
마음을 베었던 날이...
오늘은
김영하의 <빛의 제국>을 머리맡에 두고
어제는 김훈의 <남한산성>을 오르고
그제는 이상문학상 <사랑을 믿다>를 품에 안고
하성란의<웨하스> 전경린의 <열정의 습관>
최인호의<유림>의 삶을 여행 합니다
내일 모레는
박범신의 히말라야 해발 6440m의 설산 <촐라체>를
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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