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가을을 노래함
작성자 : 윤용혁
작성일 : 2007.09.04 12:08
조회수 :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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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노래함
시/윤 용 혁
여름이 호들갑을 떨다
떠난 자리 따가운 햇살에
등 떠밀려 초록군복 벗고
위장복 갈아입은 풀벌레,
뚜르르 나팔 부니
앙칼진 채꾼의 소몰이 소리
보꾹에 주렁주렁 옥수수,
가을 길목을 목도리 하던 샛노란 조
메주를 놀리니 시무룩하다
동바에 목 졸려
지게장단 춤추다
허리춤 풀고 뒹굴던 볏단,
윙윙 탈곡기 빗질에
황금을 수북이 멍석에 깔다
검불에 박 서방 담배 불 옮기자
톡톡 하얀 꽃 피고 지는 괴꼴은
모락모락 가을자락을 태우고
그 내음에 먹지 않아도 배부른 농심
처마 밑 저승사자 거미, 포승줄 풀자
레이더 번뜩이던 빨간 고추잠자리
잠시 말뚝을 부여잡고 기도할 때
한 아이 빙빙 코앞 노략질에
헛간 귀뚜라미 가을을 목청껏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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