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장마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7.07.27 10:21
조회수 : 2,031
본문
장 마
집나간 청양댁이 항구 횟집에서
시름없이 파리채를 휘두르고 있을때
먼 바다길을 가로 지르는 빗발은
몇날을 후줄근히도 내렸다.
웬수같은 서방놈이나
가슴에 묻은 애들생각에
애꿎은 파리채 모가지만 부러뜨리고
끝내 방죽 허물어지듯 울음보가 터진다.
방파제위로 비에젖은 갈매기 하나
제집잃고 헤메는데
그 신세도 처량타 목숨 부지하는 일이
이리 죽기보다 어렵던가.
열무김치 보새기에 소주병 걸쳐놓고
창문밖 비 바다만 넋놓고 바라본다.
새색시 연지곤지 찍고 시집오던날
그날부터 긴 장마의 시작 이였던가
팔자는 그때 그 지루한 장마처럼
칙칙하게 비오는날 말고는 없었다.
꼬인 인생살이 술로 달래고 담배로 날리고
고래고래 육자배기 피를 토해가며
곁불거지 삶이 지리멸렬 축축하기만 했다.
눈가에 세월이 진물처럼 묻어나고
탱탱하던 육질은
바람빠진 풍선마냥 질컹거리고
담배 연기처럼 새치머리 날리는
포구식당 구석탱이
운명같은 빗소리에 심신이 폭삭 삭아내렸다.
이놈저놈 옆구리 찌르던 뭇사내들도
하나둘 제 갈길 찾아 떠나버리고
비맞은 강아지마냥 갈곳없는
청양댁...
몇날 몇일 하릴없이 빗줄기만
세다가
애꿎은 소주병만 하나 둘 셋 넷..
발끝으로 뒹구는데
우라질놈의 빗줄기는 그칠줄 모르고
항구..
그 그믐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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