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귀로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9.05.06 12:16
조회수 : 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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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路
바이올렛그레이,그리니쉬옐로우,사바나그린,퍼머너트옐로우오렌지,코랄레드,셀루리언블루 등..24색..1set,
색깔 이름들이 화려하고 예쁘기도 하다.
회색,노랑,초록,빨강,파랑, 똥색으로 명명하던 시절은 이미 늙고 간데없다.
켄바스,붓,빠렛트,페인팅오일or뽀삐오오일,나이프,앞치마 등등 20년 먼지를 털어내도
물감은 내 심장처럼 굳은채 죽어있다.
물감덩이가 엉겨 말라붙은 빠렛트를 나이프로 깍고, 갈아내고
죽은 나무가지처럼 뻣뻣해진 붓끝을 신나통에 담아 풀어냈다.
88년후 다시 캔바스앞에
국화를 닮은 누님 모습으로 두근두근 앉아있다.
동안 수많은 별들이 은하 저편으로 흘러가고
바람과 비와 구름이 대밭으로 몰려가 여린 죽순을 키워냈을테니
방랑자는 떨리는 손으로 붓끝에 코랄레드를 듬뿍찍어
퍼머넌트옐로우오렌지와 성급히 교미하듯 섞는다.
금새 하얀 캔바스위에
활짝핀 목단꽃잎 한장이 초경처럼 피어올라 얼굴 붉힌다.
다시 심장에 꽃을 피울수 있을까...
폐선처럼 녹슨 손끝으로 멀게 노래가 들려온다
용서될수 없는 生을
참 멀게도 돌아온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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