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潛行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9.01.31 14:35
조회수 : 1,935
본문
잠행
너는 별이다천만년 떨어진 곳에서 아름답고
빛날수록 바라보는 이는 힘겹다
내가 꽃이 될수없는 것처럼
너는 침묵으로 훨씬 깊게깊게 숨고
그럴수록 나는 더 얕아져만 간다
날이갈수록
가슴에 또다른 별이 뜨기 시작해서
나는 차라리 어두운 조각달을 사랑하기로 했다
이른새벽
떨어진 별을 주우러 <동검도> 해변을 돌았다
요요한 섬주변은 바람이 서늘하다
<선두리> 해변도로 따라 눈익은 산길들을 길게길게 돌았다
별은 도토리 알갱이처럼 수없이 산섶에 흩어져 있었다
그 길따라
절망처럼 긴 터널에서 은하수로 가는 마차를 탄다
허황하고 참담한 길목 잠행의 길이려니
행위를 멈춘다
아프게 행동하는 모든 일들을 물끄럼히 바라본다
소매자락으론 소소한 사철쑥 향기가 묻어나서
엉겅퀴 뿌리마냥 질긴 인연으로 나고
호미를 밭고랑에 던져 버리고
계곡아래 호수께로 마음을 던진다
인연이란 별것도 아닌데
자주 밟히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야 철이 드는데
어느새 지천명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철은 드나본데
숨을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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