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씰 지난 계절들은 꿈이 였어요 불륜같은 외출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일탈(逸脫)같은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겨울로 왔어요
첫눈처럼 小雪에 집을 떠났었지요 그렇게 한해를 보냈어요 루씰 말수를 부쩍 줄여 봤어요 눈으로만 말하기로 작정 했어요 새봄에 길을 나서려면 이
겨울엔 자양분을 비축해야 겠지요 손 뜨게질로 여우 목도리보다 더 긴 목도리를 뜨고 안경너머 잔설덮힌 겨울장미 줄기에 반짝이는 별을 달고 밤늦도록
<침묵의 집>을 다시 읽어야지요 루씰 이 겨울엔 갈 곳이 정말 없답니다 지나온 계절에 사귄 그대들이 철새처럼 다 떠나버려서 헌
이부자리마냥 낡아버린 나는 철퍼덕 주저앉아 울고 웃곤 합니다 나무들이 숨죽여 잎을 떨구고 있어요 루씰 당신의 애인도 늙어가고 있어요 반평도
안되는 당신의 몸은 거룻배에 실려 보내 버리세요 옷을 벗고 누워보면 머리가 발끝에 닿아있고 그 보잘것 없는 집 한켠 작은 창고엔 꾸역꾸역 쟁여논
욕망들이 두엄처럼 삭아가고 있을껄요 그러니까 이젠 겨울 이예요 달거리가 끝난 겨울 들판 이라니까요 봄은 다시 오지 않아요 저기 길 건너 마른
바람이 불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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