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복魚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10.01.25 13:55
조회수 :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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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魚
사내는 전재산을 털어 황복 두마리를 샀다사내의 누추한 입성을 보고 어물전 상인은 걱정스러운듯
몇번을 묻고 또 물어보고 다시또 재차 당부의 말을 잊지않는다
"참말 복 조리법은 잘 알고 있능교?"
해 넘어가자마자 사내는
복어를 댕강댕강 세동강씩내어 양은냄비에 담고
마늘,파,고추가루,조선간장,백설탕,양파,생강,건멸치가루,
다시마가루,건새우가루를 정종 한컵에 정성스레 비벼 양념장을 만들어
쎈불에 함께 펄펄 화들짝 끓였다
물론 싱싱한 쑥갓대 얹는것을 잊지 않았다
소반에 복어매운탕, 소주한병을 차려놓고 사내는
자신의 위대했던 오십평생에 대해 진실로 경건하게 묵념했다
재작년 마누라를 병치레로 일찍보내고
딸셋 집기둥뽑아 삐까번쩍하게 시집보내고 나니
집도 절도없이 남은건 달랑 노쇠한 몸땡이 하나
가시고기처럼 몸보시도 끝냈으니
사내가 조용히 갈 차례였다
매운탕 국물은 역시 끝내줬다
황복의 육질도 꼬들꼬들하니 질기지않고 부드러워 맛이 좋았다
술기운에 십수년 끊었던 담배마져 한개피 멋들어지게 피우고
사내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머리맡으로 먼데 강이 들어왔다
한평반 골방 천정으로
황복 두마리가 강물살을 헤치며 올라오고 있다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수많은 생명을 뿌리러
강을 거슬러오는 황복처럼
사내의 生은
비겁하게도 모질고 끈질기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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