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아름다운 배반<낭송 고은영>
작성자 : 자작나무숲
작성일 : 2007.07.27 10:07
조회수 : 1,942
본문
아름다운 배반 / 김낙필언제나 그대는 날 원하고 있죠 또 다른 그들에게 원하는 것처럼 당신이 발정 난 암고양이처럼 수도 없이 나를 원하는 것은 메마른 욕정, 재만 남는 갈망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런 원죄를 타고난 그대를 남들이 멸시하는 것처럼 나는 당신을 경멸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습성을 가여워하기 때문입니다 밤새 닫히지 않는 당신의 창가는 마른 바람들만 들락거립니다 꺼지지 않는 당신 침실 홍등의 의미도 잘 압니다 365일 잠을 자지 않고도 살아있는 그대는 위대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당신의 방에는 그토록 거룩한 계보가 숨 쉬고 있었어요 제국이 무너지고 새로운 신화가 창조될 즘 당신이 쪽배를 타고 먼바다를 가로질러 내 나라로 왔을 때 당신은 알 몸이였지요 그 후로 내 나라도 당신의 독한 숙주로 병이 들기 시작했어요 나도 당신의 독으로 서서히 병들어 갑니다 그래도 원망 따윈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내 나라나 당신의 나라는 없습니다 한철 피고 지는 한해살이 풀꽃 같기 때문입니다 머무는 곳마다 황폐해지는 당신의 마성을 경애합니다 작은 내 나라에 닻을 내리고 갈라진 땅을 맨발로 밟고 떠날 그날까지 나는 당신을 귀한 손님으로 모십니다 사랑합니다 떠날 시간이 다가옵니다 뒷 강가에 띄어둔 배를 타고 떠나세요 또 다른 내가 기다리는 비옥한 땅을 찾아서 내게 온 것처럼 그렇게 가세요 원망하지도 못합니다 당신의 숙주로 그대의 술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나라에서 내리지 않을 비를 기다리며 살겝니다 당신이 허물어 가는 당신의 나라들을 먼발치로 바라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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