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올 해를 위한 덕담 : 내가 바라는 세상
본문
올 해의 덕담
근하신년!
한 해가 밝았습니다.
사람마다, 직장마다, 나라마다 희망과 다짐과 각오를 되새기는 정초입니다.
올 해에는 더욱 더 발전하고 삶의 질이 함께 향상되는 해이기를 기대합니다.
세상은 갈수록 효율과 성과를 중요시하고 과정과 인간적인 향취의 가치를 가벼히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만 중요한 세상은 살맛의 많은 부분을 빼았아갑니다.
스포츠를 보면서 점수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순간 순간의 멋진 플레이와 스포츠 정신, 인간 한계의 도전, 그리고 짜릿한 경기의 흐름 자체를 즐기는 그 행복은 도시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람들 서로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남을 배려하고, 잘난 나를 꾸짖고 겸손해지며, 이웃을 공동체로 이해할 줄 아는 성숙한 공동체 구성원 의식을 가진다면 살 맛이 열 배로 늘어날 것입니다.
배려하는 성숙한 한 해를 위한 경험담 하나를 소개합니다.
영국 런던에 몇 달 머물 때였습니다. 런던 남쪽의 리치몬드 파크 근처가 숙소였는데 동네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국 버스 정류장도 버스 노선별로 도착 시간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지켰습니다. 그 날도 여러 노선을 숙지하는라 열심히 읽고 있는데 내가 타지 않을 노선의 더블 데크 2층 버스가 도착하였습니다. 영국의 그 유명한 2층 버스 말입니다.
나는 표지판을 계속 공부(!)하고 있었는데 내리는 사람도 없는 버스가 계속 정차하여 있어 느낌이 이상하다싶어 바라보니 버스 기사가 참을성 있게 나를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탈 거냐는 표정입니다. 미안하여 황급히 아니라고 손을 흔들었습니다. 버스는 떠났습니다. 그리고 나는 미안함과 감동에 젖었습니다.
머리 까만 아시아 사람이 그저 표지판만 드려다 보고 있었으니 그냥 지나쳐가도 되었을 것입니다. 손을 든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단 정차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기다려준 것입니다. 표지판을 보고 있으니 혹시 자기 차를 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자유시장주의자 아담 스미스, 공리주의자 벤담이 나온 사회의 저력과 풀뿌리 소시민들의 여유와 배려를 실감하였습니다.
또 하나의 성숙한 배려를 소개합니다.
지난 해 10월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뉴욕의 통근열차 시간표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민들은 미처 모르고 있었지만 출퇴근 시간에 뉴욕의 맨해튼과 외곽을 잇는 통근열차는 열차시간표에 나와 있는 출발 시각보다 늘 1분 늦게 출발하였다고 합니다. 시간표에 아침 8시에 떠나도록 돼 있는 열차는 늘 1분이 늦은 8시1분에 출발하는 식입니다.
승객은 고작 1분 때문에 원하는 시간의 열차를 놓친다면 30분 후의 기차를 타야 하고 그렇게 되면 그 날의 중요한 회의를 망치거나, 어쩌면 운명을 가를지도 모르는 의미심장한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배려한 것이라고 합니다. 뉴욕 철도회사는 출퇴근 시간에 일부러 출발시각을 1분씩 늦춰 운행한 것입니다. 비밀스런 지연 출발의 관행이 1870년부터 무려 140년간 이어져 왔다니 그 배려와 일관성이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해왔습니다. 다들 그 것을 성공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를 위하여 개인이 희생되어야 했고, 강자의 일방적인 승리에 약자들은 물론 승자들 스스로도 익숙하여졌습니다. 그 덕택에 우리 사회도 양적 성장에는 포화상태에 도달한 셈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질적인 재구성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와있습니다.
그러나 질적인 변화의 추구는 고도성장의 집단주의에 익숙했던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손쉽게 성취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집단보다는 개인을 존중할 수 있는 '익숙치 않은'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하게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가보다는 그 구성원인 시민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개인과 시민은 책임있고 공동체 의식을 갖춘 자격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러한 개인들의 창의성, 사생활, 자유, 사상, 선택, 취향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Winner takes all의 관습 대신 배려와 여유를 베풀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성숙해질 것입니다.
작은 배려와 느긋한 여유가 멋진 전통이 된 우리 사회를 꿈꾸어 봅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구석 구석에서 보이지 않는 배려와 여유를 담는다면 올 해도 아름답고 멋진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풀뿌리 우리 모두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그런 배려와 여유를 민들레 씨 바람에 흩날리듯 퍼뜨려나갔으면 합니다.
이웃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여유로운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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