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미하일과 이넷사 가마쉬 -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
본문
화가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화가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크게 뜨게 됩니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거든요. 그리고 또 많은 화가들이 자기의 아내를 모델로 세웠기 때문에
그림을 볼 때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에곤 실레나 모딜리아니 같이 가슴 미어지게 만드는 부부들도
있었지만요. 오늘 소개할 부부 화가의 사랑 이야기는 꼭 영화나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아서 그들의 그림보다도
더 재미있습니다. 물론 제 기준이지만 그림도 따뜻합니다.
(유혹 The Allure)
유혹이면 어떻고 매혹이면 어떻습니까? 언뜻 스티브 행크스의 수채화와 비슷한 느낌인데 유화가 주는 풍부한
색감이 화면을 달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저런 여인이 발을 물에 닿을 듯 말 듯 하고 있는 광경을
어떤 남자가 차가운 모습이라고 느끼겠습니까. 물론 울컥하는 여성분들도 있겠지만요. 써 놓고 불안한 글은
지우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그래도 --- .
미하일 가마쉬 (Michael Garmash)는 1969년 우크라이나의 조그만 마을에서 출생했습니다. 우리 나이로
금년에 마흔입니다. 3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6살 때는 정식 미술교육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니까
대단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것이죠. 그를 소개한 글에 대부분 들어가 있는 표현은 ‘드물게 하늘이 내려 준
재능을 가진 아이’ 입니다.
(햇빛 아래에서 Moments in the Sun)
맑음과 편안함 그리고 고요함과 종 잡을 수 없는 변덕스러움까지 바다는 여인과 어린이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자가 서 있는 모습보다는 여인과 아이들이 바다 풍경의 주인공인 작품들이 편합니다.
이상하게 제 눈에는 바닷가에 혼자 서 있는 남자 모습은 청승맞고 초라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바닷가에 죽어도 안 갑니다. 수영을 못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의 재능을 알아 본 미하일의 선생님은 당시 소비에트 연방 영향 아래에 있던 우크라이나, 러시아,
체코슬로바키아 그리고 헝가리에서 개최되는 여러 전시회에 제자의 작품을 출품합니다. 결과는 각국의
전시회에서 1등 상을 거의 쓸어 담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때 미하일의 나이가 10살이었습니다.
이건 뭐 ----.
(오후의 음악 Music in the Afternoon)
열어 놓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서 밖을 바라보는 여인의 옆에 얌전하게 앉았습니다. 여인의 눈을 보면
달리 무엇을 바라보기 보다는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합니다. 동그마니 서 있는 기타는 여인의 손 길을 기다리는
눈치인데 여인은 별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음악이라도 듣고 있는 걸까요?
여인의 눈이 고요합니다
19살에 예술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미하일은 다음 해부터 자신이 졸업한 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게
됩니다. 정말 무서운 성장 속도 아닌가요? 21살부터 23살까지 군 복무를 하는데, 2주간 휴가를 얻어 자신이
가르치던 학교를 찾아 왔다가 그의 아내가 되는 여인 이넷사( Inessa Kitaichik)를 운명처럼 만납니다.
(아침 미인 Morning Beauty)
약간 헝클어진 머리와 다소곳한 자세를 보면 막 잠에서 깬 얼굴입니다. 여인의 얼굴에는 어린 아이와 같은
천진함이 떠 있습니다. 참 맘에 드는 얼굴입니다. 지금은 간혹 잠에서 일어나서 놀랄 때가 있지만, 예전에
제 아내도 막 잠에서 눈을 뜰 때 참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 음, 지금도 좋습니다.
이넷사를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이넷사는 러시아 출신입니다. 어려서부터 발레와 체조 그리고 음악에서도
뛰어났다고 하니까 남편인 미하일에 비해서 밀리지 않습니다. 음악과 발레 학교를 졸업하고 15살에 미하일이
다녔던 예술대학에 입학합니다. 미술에서도 뛰어 났던지 17살이 되던 해에는 ‘올해의 학생’으로 선발됩니다.
미술, 음악, 발레 그리고 체조 ---- 뭐 하나 쉬운 것이 아닌데 참 대단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Among Friends)
테디 베어가 눈에 보이는군요. 빛이 드는 다락방 같은데, 인형을 죽 세워 놓고 이런 저런 놀이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인형은 말 잘 듣는 친구입니다. 아들을 키울 때는 집 안 곳곳에 변신 로보트가 집을
지켰고, 딸 아이는 레고를 방바닥에 지뢰처럼 늘어 놓고 퇴근하는 제가 레고를 밟고 펄쩍펄쩍 뛰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미하일이 이넷사를 처음 만나고 이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영화 같습니다. 미하일이 이넷사를 처음 본 것은
그의 휴가 마지막 날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이었습니다. 그날 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밥을 같이 먹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넷사가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창문을 통해 본 것은 집 주변의 건물 벽과 길거리 위 그리고
그녀의 아파트 계단 벽까지 그려진 자신의 얼굴이었습니다. 미하일은 부대로 돌아가지 않고 밤을 새워서
이넷사의 얼굴을 그녀의 집 주변에 그렸던 것입니다. 미하일은 경찰에 체포된 후 헌병들에게 인계되었지만
벌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군대에서 조차도 그의 순수한 사랑의 표현에 동정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해변에서 By the Sea)
가벼운 해풍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있는데 해변에 앉아서 펴는 생각은 끝이 없습니다. 얼굴을 보니 상념이
많을 나이입니다. 미하일이 바다를 묘사하는 작품에는 갈매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솔직히 없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그의 고집 같아서 참기로 했습니다. 사실 참지 못해도 뭐 뾰족한 수는 없지만요.
영화 같은 퍼포먼스가 있고 난 1년 후 미하일과 이넷사는 처음 만났던 버스 정류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이 만난 장소를 기념하기 위하여 버스 정류장 표지판에 꽃 바구니를 걸었습니다.
그들의 ‘첫 눈에 반한 러브 스토리’의 시작이었습니다.
(약속 Promise)
연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연인이 올라오는 길을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은 근심과
초조함이 서려 있습니다. 지는 해를 등진 여인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 보입니다. 여인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인을 둘러 싸고 있는 꽃들은 가을 속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제대를 한 미하일은 상페테스부르그 예술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시작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미하일은
프랑스의 여러 지역에서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도 미하일은 과 수석이었습니다.
그리고 미하일과 이넷사는 같이 그림을 그리다가 결혼합니다.
당연한 흐름이지만 제3자인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잠자는 미녀 Sleeping Beauty)
피곤했는지 이불이 흘러 내리는 것도 모르고 소파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 바람에 여인의 어깨가 다 드러
났습니다. 그의 다른 그림과는 다르게 끈적한 기분이 듭니다. 참 이상한 것이 같은 작가가 그린 그림도
어떤 그림은 맑게, 어떤 그림은 뜨겁게 다가옵니다. 생각을 달리 해도 똑 같습니다. 신기합니다.
미하일은 그림 뿐만 아니라 스테인드 글라스 작업에서도 뛰어났습니다.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으로 영예의
메달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역시 타고 난 재주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혼을 한 두 사람 사이에는 폴리나라는 딸이 태어났는데 폴리나가 두 살 때 큰 사고를 칩니다.
(미키, 미니와 함께 하는 티 타임 Teatime with Mickey and Minnie)
‘자, 차 한잔 마셔’ 하는 아이의 입 모양 때문에 탁자에 앉은 미키와 미니가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아이의
입을 가리고 인형을 볼 때와 느낌이 다릅니다. 벌어진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 인형에게 생명력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처음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숨을 불어 넣었다는 구절이 생각이 나서 웃었습니다.
‘작은 하느님이 여기 계셨네 ----‘
미하일이 학교 과제로 두 살 된 딸 폴리나를 그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잠시 미하일이 외출을 한 동안
모델인 딸 폴리나가 자신을 그린 그림을 발견합니다. 비록 두 살 이지만 예술가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재능이 어디 가겠습니까? 폴리나는 아버지 미하일이 그린 작품 위에 자신의 실력을 발휘합니다.
어머니 이넷사가 이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이 어떠했을까요? 제일 먼저 떠 오르는 것은 폭발하는 남편의
얼굴이었습니다.
(따뜻한 순간 Tender Moment)
아이들을 기르다 보면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저에게 준 기쁨을 생각해보면
낳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만할 때가 제일 편했던 것 같습니다. 온전히 모든 것을 아이에게
다 주는 엄마의 표정입니다. 예전에 우리 아이를 키울 때는 ‘미운 다섯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었는데,
요즘은 나이가 얼마나 더 내려갔는지 궁금합니다.
이넷사는 딸 폴리나가 칠해 놓은 그림에 얼른 손을 봅니다. 그리고 그림을 포장해서 남편에게 건네줍니다.
미하일은 작품을 학교에 제출했고 이제까지 그의 작품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하일은 뒤늦게
그의 ‘새로운’ 작품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내 이넷사가 고친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글쎄요, 저 같으면 집에 와서 난리를 쳤을 것 같은데 미하일은 그 때부터 아내와 공동작업을 하기로 결심
합니다. 그리고 그 때 이후 모든 작품은 부부가 공동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참 괜찮은 남편입니다.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해 주었더니 앞으로 화가들의 이야기를 같이 쓰자고 하더군요.
그냥 웃고 말았는데, 좀 무섭습니다. 정말 같이 쓰자고 할 까 봐서 ----.
(파리의 겨울 날 Wintertime in Paris)
초겨울 저녁 노천 까페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건물들의 불 빛 그리고 차량의 숫자를
쳐다보다가 혹시 하늘에서 별이 돌아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했습니다. 귀국하기
전 날 밤 노천 까페 가서 커피를 마시면 잘 모르던 저를 만나곤 합니다.
‘우리의 사랑은 우리 작품의 영감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사랑을 붓으로 표현하죠’
미하일 부부의 말입니다. 오늘 날 가장 뛰어난 로맨틱 인상주의 화가라고 평가 받는 두 사람의 말로는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표현입니다.
그들의 작품과 사진을 좀 더 보시겠습니까?
(생각 다발 Bouquet of Thoughts)
(기타 연주 Guitar Play)
(시골의 아침 Morning in province)
(평온한 때 Quiet Moment)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0cm 0cm 0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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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진님의 댓글
이 홈페이지는 수정이 자주 불가능하군요....이상합니다만